【소강석】설산에 가서, 설산이 되다
【소강석】마음엔 여전히 하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소강석】아프리카, 최선을 다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유럽 코스테(KOSTE, Korean Students Mission in Europe) 유학생 수련회 집회를 왔습니다. 처음에는 안 오려고 했지만, 젊은 유럽 유학생들과 선교사님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오게 되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도착하자마자 저는 첫 저녁 집회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저의 언어와 스피치가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통할까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아직 제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제 안에 젊음의 야성이 있고, 그 정열이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날 목회자 세미나 특강을 하였습니다. 현대 목회와 미래 목회의 트랜드를 조명해 주면서 어떻게 교회를 섬길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강석】추억을 재현하면 젊음이 온다
추억이란 하나님이 인간에게만 주신 선물일 것입니다. 기억과 추억은 또 다른 차원이죠. 동물도 본능적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러나 동물은 추억의 사유를 할 수는 없습니다. 짐승들에게 무슨 추억의 인문학이나 심리학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추억이란 기억보다 몇 차원이나 높은, 뭔가 아름답고 푸근하게 채색되고 윤색되어 있는 차원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똑같은 기억이라 하더라도 그 기억이 나쁜 기억으로만 남아 있으면 상처가 되고 수치스럽지만, 그것이 좋은 채색으로 윤색되어 있으면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그토록 꾸중을 듣고 매를 맞았지만, 다시 지내놓고 보면 그 역시 그리운 지청구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꽤 오래전 복지TV 최규옥 회장님이 사시는 자택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앞에는 갈담저수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곳인데요. “아,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제가 회장님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회장님, 이 집을 저에게 파시지 않겠습니까? 얼마면 되겠습니까?” 저는 제 아호를 지산(池山)이라 할 정도로 전원적이고 지산(池山)적 삶을 구가해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최 회장님이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하셨습니다. “허름하긴 하지만 작은 방갈로 별장이 있는데 이걸 수리해서 쓰고 싶은 의향은 없으신가요?” 저는 그 자리에서 오케이 했습니다. 호화 주택도 아니고 아주 작은 방갈로였기 때문에 저에게는 너무나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뛰는 심장과 함께 꿈을 꾸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저수지에서 여름이면 수영을 하고, 겨울이면 썰매를 타는 추억을 재현해 보리라. 산들바람이 산들 불어오는 날 저녁은 야간낚시도 한번 해보리라...” 그러나 아직까지 수영 한 번도 못 해보고 낚시 한번 던져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일정이 바빠서 하루저녁 자고 온 날 외에는 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겨울이 왔습니다. 저는 당장 김정호 장로님께 “썰매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겨울 초에는 얼음이 단단치 않고 그 위에 눈까지 내려서 썰매가 잘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명훈 안수집사님이 우산대로 썰매를 만들어 선물로 가져오셨습니다. 게다가 지난주는 평균 날씨가 영하 10도를 밑돌면서 얼음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썰매가 참 잘 나갔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저수지 맨 끝에서 맨 끝을 몇 번이나 왕복을 했습니다. 얼마나 신이 났으면 두꺼운 점퍼를 벗어버리고 겨울 사나이가 되어 반팔 차림으로 썰매를 탔겠습니까? 저도 모르게 “아하, 썰매의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그야말로 동심 천국이었습니다. 너무나 좋아서 얼음 위에 눕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대로 재현해 본 것이죠.
문득 순간적으로 이런 깨달음이 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면 그리움이 생기지만, 그 추억을 재현하면 젊음이 찾아오나니...” 정말 소년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고 마음이 청춘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짧고도 긴 추억의 여행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좋은 추억을 삶의 책장에 기록하면 그 시절이 그리워지지만, 추억을 재현하면 그리움을 넘어 젊음의 시절로 돌아가고 젊음이 내 안에 찾아옵니다.
2024년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성도들이 젊음을 되찾고, 젊음의 유레카를 많이 외치는 해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에 야간산행을 했습니다. 저는 머리가 복잡할 때나 아니면 모든 일을 다 끝내고 나면 산행을 합니다. 그날은 다음 날 있을 수요설교, 그리고 금요 철야기도와 다음주 주일설교까지 다 준비를 하고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런데 산 초입에 누군가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눈이 조금 녹아 흐른 것 같아서 제가 머리 부분에 눈을 덮어서 쓰다듬어 놨습니다. 표정도 미소 짓는 모습으로 단장시켜 놨습니다. 그리고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산 초입에는 여러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그 발자국마저도 눈이 쌓여 희미하게 덮여져 있었지만 산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발자국이 없어졌습니다. 나중에는 정말 발자국 하나 없는 산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저는 설산이 너무 좋아서 끝없이 걷고 싶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으면 눈밭에 그대로 눕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순간, 얼마 전에 읽었던 문정희 시인의 ‘설산에 가서’라는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소리 내지 말고 / 눈물 흘리지 말고 / 한 사흘만 설산처럼 눕고 싶다 / 걸어온 길 / 돌아보지 말고 / 걸어갈 길 / 생각할 것도 없이 / 무릎 꿇을 것도 없이 / 흰 옷 입고 흰 눈썹으로 / 이렇게 가도 되는 거냐고 / 이대로 숨 쉬어도 되는 거냐고 / 이렇게 사랑해도 되는 거냐고 / 물을 것도 없이 / 눈빛 속에 나를 널어 두고 싶다 / 한 사흘만 / 설산이 되고 싶다.”
저는 정말 설산이 되고 싶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눈밭에 가면 너무 좋아서 눕기도 하고 저수지 얼음 위에 가면 얼음 위에서도 막 누워버립니다. 그 자체가 동심 천국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발자국 하나 없는 평평한 눈밭에 가서 누워 있으려고 하는데, 동행하던 유송근 장로님이 “목사님, 내일 수요일인데 너무 많이 걸으면 예배에 지장이 됩니다.” 하면서 손을 잡고 자꾸 내려가자고 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무덤이 있는 곳으로 더 향하고 싶었습니다. 거기에도 누구의 발자국도 찍혀있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유 장로님이 더 이상 가지 말자고 하도 사정을 해서 그냥 내려왔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을 가지니까 제 마음에 마침내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이 설산이 된 것입니다. 제가 눈밭에 누울 것도 없고 제 마음 자체가 설산이 된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설산을 내려왔는데 세상에 그 사이에 산 초입에 있었던 눈사람을 누군가 발로 차서 부서뜨려 버린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랬을까? 어떤 억한 심정으로 발로 차서 부서뜨렸을까? 눈사람이 그냥 녹아 흘러내리는 것도 안타까운데 어떻게 발로 차서 눈사람을 망가뜨린단 말인가.” 너무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아, 세상에는 눈사람을 만든 사람도 있지만 무너뜨리는 사람도 있구나. 도대체 눈사람을 무너뜨리는 사람은 어떠한 마음일까? 과연, 그 마음에 설산이 있는 사람인가, 없는 사람인가...”
박살 난 눈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제 마음 안에 다시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언제나 하얗게 미소 짓고 있는 모습으로요.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주님께 이렇게 속삭여 봤습니다. “주님, 사흘이 아니라 언제나 이처럼 백야 같은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달빛 하나 없어도 온 땅이 하얀 세계가 되는 세상, 눈사람을 발로 차서 엎어버린 사람도 설산을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실수로 눈사람을 부서뜨렸던 사람도 그 마음 안에 눈사람 하나를 만드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한 사흘이 아니라 평생 눈사람 같은 사람, 설산 같은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누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더 아름답게 단장해 봤습니다.
그리고...남이 밟지 않는 눈위를 물러섬없이, 주저함없이,
흐트러짐없이 걷습니다.
눈은 그친것 같지만 마음엔 여전히 하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은총의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산위에 올라 쌓인 눈을 치우고 미끄러운 철봉을 잡고 턱걸이도 해봤는데
철봉이 미끄러워 쉽지가 않네요 샬롬!
【소강석】 아프리카, 최선을 다했습니다.
르완다 월드 프런트 하이스쿨 기공식 예배 인도
조이플 초등학교 기공식 예배 인도
최신 삼성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더폰 선물
주일설교 위해 귀국길 재촉
저는 지난 주일(10월 1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르완다 키갈리로 왔습니다. 그리고 월드 프런트 하이스쿨 기공식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이는 김철수 장로님의 헌신으로 이루어진 것이고요. 그런 후에 자동차를 2시간 반 타고 가서 조이플 초등학교 기공식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장 케냐 나이로비로 가서 ‘한 아프리카 협력 컨퍼런스’ 첫째 날 환영 만찬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간절한 메시지를 담아서 최선을 다해 영어로 스피치를 했습니다. 함께 동행한 김정 영상간사가 스피치가 나올 때마다 배경 영상을 비춰줘서 굉장히 효과적으로 전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 느낌으로는 엉성하게 영어 스피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반응은 최고 좋았고 굿 스피치라고 많은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은 원래는 아프리카 정상들과 장관들이 오기로 했는데 여건상 31개국의 장관이나 차관들, 그리고 대사들이 모였습니다.
다음 날 저녁에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초청 만찬 때는 제가 건배사를 맡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아프리카가 세계 최고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하여 많은 격려를 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큰 갈채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원래 몇몇 대통령들이 와서 함께 식사도 하기로 분명히 약속을 했는데 그 나라의 정치적 내전 때문에 올 수 없어서 대신 장관들을 보냈죠. 아마도 어쩌면 그분들이 요구하는 걸 저희가 다 들어주지 못했던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교회로선 그분들이 나이로비로 오는데 최선을 다해서 섬겨 드렸습니다.
또한 우리 교회는 그분들이 좋아하는 최신 삼성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더폰을 구해 갖고 갔습니다. 그리고 장관들이 묵는 방에 다 선물을 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간절한 부탁을 적은 편지를 담아서 전달을 했습니다. 일일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데서 줄 수가 없어서 각 방에다가 넣어줬습니다. 이게 다 성도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일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걸 받았던 분들은 저에게 얼마나 고마움을 표시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를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제가 만나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 선교사들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자 그 분들은 고국에 돌아가서 저를 꼭 초청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수가 없죠. 또 만난다고 하더라도 저에게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요구할지도 모르는 일일 것입니다.
이처럼 저는 최선을 다했지만 사우디의 오일머니 파워에 비해서 과연 우리들의 헌신이 얼마나 효과가 있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쳤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로벌 투게더’와 ‘글로벌 에듀’가 공동주최로 행사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글로벌 에듀’는 아직 출범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아무래도 ‘글로벌투게더’ 주도로 행사가 진행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들 앞에서 영어로 스피치를 하고 또 간곡하게 편지를 써서 스마트폰을 선물한 것만 해도 원도 끝도 없습니다. 또한 저는 100여 명의 아프리카 선교사들을 초청해서 그분들에게 말씀을 전해드리고 선교비를 전달해 드렸습니다. 이것들이 다 성도들의 헌신이 아니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죠. 물론 아쉬운 부분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대부분의 동행자들이 아프리카에 온 김에 케냐에서 탄자니아까지 사파리 숲을 관광하지만 저는 선교사 행사가 끝나자마자 주일을 섬기기 위해서 귀국 길에 오릅니다. 케냐에서 직항이 없기 때문에 밤 비행기를 타고 케냐에서 르완다를 거쳐서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토요일 저녁에 귀국을 합니다. ‘한 아프리카 친선 컨퍼런스’ 행사도 저희 교회가 적지 않은 부분을 섬기고 헌신을 했는데, 과연 그 열매가 얼마나 나타날지 기도하고 기대할 뿐입니다. 그래도 러브 아프리카 행사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신 성도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주일날 좋은 소식을 가지고 함께 만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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