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선】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에 관한 단상

2023-10-19     고경태
대방천교회 장대선 목사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에 있어서의 두 측면, 즉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빌 2:8절에서는 이를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라고 표현한다) 것과 “율법 아래의 인간이 되시고, 율법을 완전히 충족시키신(perfectly fulfil it)” 측면에 관한 논쟁이 점점 해묵은 양상을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장로교회들 전체로 확산되는 것 같다.

와중에 어떤 분들은 그러한 논의가 두 측면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사실 두 측면은 결코 분리됨이 아니라 구별하여 살피고자 함이 두 측면 모두를 다루는 입장이다.

W·C·F 제8장의 중보자 그리스도에 관한 5번째 조항에서 “완전한 순종”(perfect obedience)이라고 한 것은, 어느 한 순종의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4번째 조항에서 언급하는바 “율법 아래의 인간이 되시고, 율법을 완전히 충족시키신” 측면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측면 모두를 통해 완전하게 순종하셨다는 맥락이다. 그런즉 어느 한 측면을 배제하는 것은, 완전한 순종을 불완전하게 혹은 일부분만 다루게 되는 오류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마 5:17절에서 주님께서는 스스로 이르시기를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πληρῶσαι, fulfil)하려 함이라.”고 말씀하셨으니, 그런 이유로 율법을 준행함이 없는 것에 대한 정죄를 바탕으로 하는 요한의 세례를 예수께서 친히 받으시어(마 4:13-15) “모든 의를 이루”셨다.

의미심장하게도 마태복음과 마가복음, 그리고 누가복음에서 공히 예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일 다음으로 곧장 기록하는 것이 바로 ‘마귀의 시험’인데, 사실 마귀의 시험의 내용은 율법을 범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창세기 3장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시험하던 뱀과 동일하게, 예수님을 시험하던 마귀는 신명기의 율법을 범하도록 인간 예수의 육신적 욕구를 자극하는 시험을 가했으나, 예수께서는 오히려 율법(신명기)으로써 그 시험을 물리치시어서 앞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이 진실로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었음을 입증하셨다.

하지만 그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은, W·C·F 제8장 5항에서 설명하는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자기 자신을 단 번에 하나님께 드린 제물로 그의 아버지의 공의를 완전하게 충족시키셨”(sacrifice of Himself, which He through the eternal Spirit, once offered up unto God, has fully satisfied the justice of His Father)다고 한 것에서 확실하게 분별된다. 물론 그 문장에 앞서서 “그의 완전한 순종으로”(by His perfect obedience)라는 문장이 십자가 뿐 아니라 율법이 요구하는바 하나님 아버지의 공의를 만족시키는 순종을 함께 완전하게 언급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서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의 두 측면을 구별하여 언급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분리하여 언급하거나 어느 한 측면만 언급하고 있지 않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대하여 독립교회파의 주장들이 반영된 오류가 내포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주장은 신앙고백서는 장로교회파인 신학자들의 주장과 입장이 논의에서 분명하게 승리한 것임을 간과하거나 부정하고야 가능한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롬 5:19절에서 사도 바울은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사람이 죄인 된 것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고 했는데, 그러한 순종은 결코 단번에 이루신 순종만이 아니라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으로 율법 아래에 나신 것을 명백하게 드러내시며, 또한 마귀의 시험을 신명기의 율법으로 대적하여 이루신 일련의 순종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순종들은 시간과 역사의 진전 가운데서 제시되었을지라도 그 계획은 창세 전의 영원 가운데서 언약으로써 이뤄진 것이다. W·C·F 제8장은 1항에서 이를 “영원한 작정 안에서”, 혹은 “영원 전부터”라는 언급으로 다루는데, 그러므로 ‘구속 언약’(Covenant of redemption)은 그리스도와 성부 사이에서 체결된 것이다.

      데이빗 딕슨(David Dickson, 1583-1662)

데이빗 딕슨(David Dickson, 1583-1662)에 따르면, 구속 언약은 5가지의 주요 요목들을 포함하는데, 그것은 “하나님과 그리스도 사이의 언약이 있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는 모든 것들의 바탕이 된다(there is a covenant between God and Christ, which is the ground of all that God does to redeem fallen man)는 것이다.

⓵구속 언약에 있어서 택하신 자들은, 그들의 이름과 숫자에 관해서는 물론이요 그들이 구원받을 시간에 있어서까지도 계획되어있다(in the covenant of redemption the elect were designed in terms of their name and number as well as the time in which they would be saved)는 것.

⓶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선택은 구속 언약 안에서 결정되었다(The election of certain individuals was determined in the covenant of redemption)는 것.

⓷구속의 대가는 어떻게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포로로 붙잡힌바 되실지 등’으로 정해졌다(the price of redemption was established, how Christ would be ‘holden captive of death, &tc’)는 것.

⓸중보자는 그의 성공을 보장받았으며, 택함 받은 자들은 그분께 드려졌고, 그들의 구원은 그분의 손에 맡겨졌다(the mediator was ensured of His success and the elect were given to Him, and their salvation was placed in His hand)는 것.

⓹구속 언약의 열매인 하나님의 복음의 지혜로운 경륜을 고려할 때에, 하나님의 은혜를 진실로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구원의 확신을 빼앗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no one would truly take God’s grace for granted or be robbed of the assurance of salvation given God’s wise dispensation of the gospel, the fruit of the covenant of redemption)는 것. (J. V. Fesko ‘The Trinity and the Covenant of Redemption’ (2016, Reformation Heritage Books), 23-4.)

그런즉 구속 언약의 모든 은혜들과 그 풍성함은 이미 창세 전에 삼위 하나님의 의논(Council)가운데서 불변하게 확정(불가항력적)되어 있다.

이러한 구속 언약의 설명들 가운데 전제되는 능동적 순종의 효력과 관련하여, 우리들은 소위 ‘준비론’(preparation 혹은 preparationism)이라는 것에 있어서의 오해라고 주장되는 준비의 요구나 필연성보다는 성화를 이루는 율법의 의를 행하는 원동력을 파악해 볼 수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율법의 요구들을 완전하게 충족시키심(perfectly fulfil it)으로 말미암은 효력이 구속 언약 가운데 있는 택함을 입은 자들에게 성령을 통해 발휘되는 것이니, 빌 2:13절에 기록한바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라는 말씀이 바로 그러한 의미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으로 말미암는 효력의 주된 부분은 회심이나 중생의 과정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율법을 준행하는 구속된 신자들의 성화의 과정에서 유효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효력은 우리 속에 내재하는 능력도 아니요, 우리 자신의 능력은 더더욱 아니며, 오직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는 성령님으로 말미암은 것임에 분명하다.

바로 이러한 일련의 구속(redemption)과 그 적용, 그리고 칭의(righteousness by faith)뿐 아니라 그 효력으로 말미암아 열매 맺는 성화(sanctification)의 모든 실재로서의 결과들이 그리스도의 능동적이고 수동적인 완전한 순종에 의에 제공되는 영적인 은혜들의 면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