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선】일본 제국주의와 부일의 맥락들
장대선 목사, 본지 논설위원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못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부역 가담자들을 가리켜서 흔히 ‘친일파’라 칭하는데, 사실 친일파라는 말은 임종국이 1966년 출간한 「친일문학론」에서 “일본과 친하다.”라는 뜻으로 정의되어 사용된 호의적인 뉘앙스의 단어다. 즉, ‘친일파’라는 명칭은 그 당시에까지도 기득권을 쥐고 있었던 사회지도층 세력인 ‘부일배’(일본 제국주의 부역자 패거리)라는 표현 대신에 순화되어 사용된 용어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적 부조리들은 기본적으로 신사참배는 정치적인 문제이지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회유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큰 수난을 겪지 않았었던 감리교회와 교회 지도자들, 특히나 그러한 감리교회의 장로였던 이승만과 초대 정권의 반민특위 해산의 모략으로 인한 일제 부역자 척결의 실패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우리 역사가 척결해야 할 대상은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와 친하고자 했던 자들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에 적극적으로 부역하여 기득권을 얻을 수 있었던 자들의 비뚤어진 의식과 비겁함에 대한 척결이라 할 것이다.
사실 친일파 문제, 그 가운데서도 일본 제국주의의 핵심이었던 ‘신사’(Shinto shrine)의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주의와 종교가 어울러져서 이데올로기(Ideologie)보다도 강력하게 사람들을 속박해버리는 그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된다. 특히나 기독교인들의 친일 청산의 역사의식은,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인 천황제가 내포하고 있는 일본의 가미(Kami)에 내포되어 있는 다신론적 자연숭배의 의미를 정확히 통찰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일본은 고대로부터 토착적인 자연숭배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가미’라는 말은 바로 그러한 그들의 신(a god)을 의미하는 말로써, 자기 자신보다 더 위대하고 힘(권력) 있는 존재를 암시하는 말이다. 그리고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가미의 수는 대략 팔백만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가미들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등급에 의해 분류된다.
일본 가미의 첫 번째 등급은 ‘원시신’으로서, 이 신은 그 모습과 자취를 스스로 감추는 가운데서 두 번째 등급인 자연신을 지었다고 한다.
한편, 두 번째 등급의 신인 ‘자연신’은, 자연계의 추상적인 대상으로서 성장의 신(the God of growth)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남성의 성기로 상징되는 신이며, 궁극적으로는 태양으로 상징되는 번식의 신이다. 바로 그러한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일본 제국주의의 깃발인 ‘욱일기’(Rising Sun Flag)인 것이다.
끝으로 가미의 세 번째 등급은 ‘인간신’(man gods)으로서, 천황은 자연신인 태양신의 직계자손인 인간신이다.
바로 이 같은 일본의 가미에 대한 인식과 바탕 가운데, ‘인생의 길’을 의미하는 ‘도’(道)라는 말이 어우러져서 ‘신도’(Shinto)라는 말이 생성되었다. 그런즉 일본 제국주의의 신사 참배와 신도요배, 그리고 천황제와 욱일기(심지어 일장기 자체도 기본적으로 태양신 숭배의 종교관을 투영하고 있다) 등은 이러한 일본의 다신론적이며 자연종교적인, 그리고 인간 숭배의 종교관이 어우러져 있는 흉측한 상징물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일배인 친일파의 행적은 고스란히 일본의 국가 종교이자 자연종교로서의 가미(Kami)사상에 복속되는 의미였다. 그러한 일본 제국주의의 군사교육을 받았던 한 군인 출신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여 천황을 만나는 자리에서 손이 떨려 술잔을 떨어뜨린 사건(한국에서는 이 장면이 보도되지 않았다)은 바로 그러한 인간신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그들의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입증하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기독교 신자들 가운데서도 반공주의(anti-communism)라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 가운데서, 부일배들의 행적을 무비판적으로 긍정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마치 일본 제국주의 당시에 일장기와 더불어서 욱일기를 분별하지 않고서 손에 들고 흔들었던 것처럼 일장기 대신에 태극기를 흔들되, 그 가운데 스며있는 국가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분별하지 않고서 흔듦으로 말미암아, 가히 일본 제국주의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의 배경이 되는 제국주의 전쟁의 이데올로기와 종교가 융화된 양상을 답습하는 것 같은 행태를 보이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가 겉으로는 국가주의의 군국주의적인 모습이었지만 그 중심에는 가미와 신도를 전제로 하는 천황제의 인간숭배의 종교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공주의의 이데올로기 또한 겉으로는 단순히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와 반발의 모습을 보이지만 실재 그 중심에는 이데올로기를 활용하는 권력지향과 권력 복종의 일본 제국주의 신도와 가미의 의식이 잠재되어 있다. 마치 일본 제국주의가 국가주의와 그러한 국가주의의 핵심적인 권력을 지닌 인물인 천황이라고 하는 인간숭배의 종교성이 잠재되어 있는 것처럼,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반공주의의 지나친 광기 가운데에는 권력지향과 권력에 대한 복종을 추구하는 또 다른 형태의 인간숭배적인 맥락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제일로 한다면서 장위 10구역 재개발지역에 알 박기로 혹독한 곤욕을 선사하고 하고 있는 전○○씨(그는 면직되었으며, 그에 대한 해벌을 그를 면직한 교단에서 단행한 적이 없기에 전○○씨로 호칭하는 것이다)의 광화문 정치선동 집회는, 항상 그처럼 정치적 인물들을 앞세워 숭배에 가까운 복종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일본 제국주의의 신사참배 강요에 대해 복종함으로써 가장 큰 수해를 받았던 교단, 그리하여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배출한 그 교단이 아니라 장로교단에서 사산(그가 어떤 과정으로 목사안수를 받았는지 의혹이 가득하므로 사산(死産)이라 칭한다)된 인물이 바로 전○○씨다. 1938년 9월 9일에 조선 예수교 장로회 제27회 총회 때에 불법적으로 신사참배가 가결됨으로 인해 신사참배 반대운동의 본거지가 되었던 평양 산정현교회가 속한 교단이자, 이후로 신학교가 강제 폐교되는 등 가장 큰 고초를 겪었던 장로교단의 역사에까지 그 뿌리를 두는 것으로 보아야 할 한 장로교단에서 사신된 자가 그 명을 살려서 국가주의적인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를 선동하는 제사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벌이고 있는 일련의 행태들이, 부일배들이 벌이던 일본 제국주의의 인간숭배의 권력지향적인 외향을 띄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욱일기 대신에 태극기를 들고, 천황에 대한 복종 대신에 우익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추앙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 제사장의 야심은 부일배의 제사장 노릇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일배들이 추앙하고 숭상하는 권력의 자리에 앉고자 하는 자일 것이다. 태양신의 후손까지는 아니라도 그 아류에 속하는 어느 작은 신(a god) 정도는 되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이 유일하게 추앙할 대상은 삼위일체 하나님 외에는 없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한 위격이신 그리스도 외에 또 다른 추앙과 숭상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자는, 바로 그 의도로 말미암아 적그리스도가 되는 것임을 유념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처럼 유일하신 하나님께서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고 말씀하셨어도, 그 말씀은 하나님의 명하신 바에 복종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지, 결코 하나님만큼이나 추앙하라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에 대하여 충성을 다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는, 일본 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인 신도(宮城遥拝)와 같이 국가와 그 권력을 상징하는 인간을 숭앙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 다만 하나님께 대하여서만 유일한 숭배를 다할 수 있는 진정하고 담대한 자유 가운데서, 하나님의 명하신바 “위에 있는 권세”(롬 13:1)에도 믿음으로 복종하여야 마땅한 것임을 유념하자. <장대선 목사,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