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매한 국민을 계몽시키는 한자보급(2)
1. 한자공부의 장점
대개 한자공부를 해야 하는, 국한혼용론자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다.
1) 한자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동음이의어 구별이 가능하다.
2) 조어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3) 한자를 사용하는 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상대적으로 쉽게 익힐 수 있다.
4) 한자공부를 하면 옛날 역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5) 한자공부는 인성교육을 함양(涵養)하게 한다. 즉, 올바른 예절을 가질 수 있다.
1) ~ 5)까지 간략하게 장점만 추려봤지만 소거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 소거할 사항은 4), 5)로 하겠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4), 5)는 한문의 영역이 강하다.
ⓑ 5)는 예절을 바르게 하고 인성을 함양한다는 것은 <사자소학>, <소학>을 보면 예절을 바르게 할 것이라는 근거인데 전혀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예절과 인성을 함양하는 것은 한자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것도 아니다. 한글로 써서 명언을 읽고 '이것이 예절이구나, 인성교육 함양하기 딱 좋구나'로 보거나 아니면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서 지켜야할 부분'으로도 있을 수 있고 '부모의 교육'으로도 생기는 것이다. <사자소학>이라는 책만 읽으면서 예절을 바르게 키운다는 것만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말로도 가르치면서 예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법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한자교육이 무조건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건 웃기는 소리다.
성급한 판단일 수 있겠지만 과거 조선시대 때 예절을 중시했으나 실상은 양반이 노비를 소유했으며, 한자는 잘하는데 중국에 사대정치를 해온 것이 연상된다. 또한 이황과 퇴계는 안동에서 예절바른 최고의 선비로 추앙받겠으나, 사후에는 분재기에 노비를 상속하는 문건도 있다는 점을 보면 예절은 헛소리다. 고로 한자를 잘 하더라도 예절을 지킨다는 얘기를 하면 할 수록 설득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1) ~ 3)'이 남게 되는데 '1) ~ 3)'은 우리가 쓰는 한자어들 대개 2~4자로 만든 한자어라고 할 수 있다. 한자공부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는 1) ~ 3)부분이 맞기 때문에 이 부분만 중점으로 해서 한자공부가 왜 중요한지 얘기만 하고 마치겠다.
2. 한자공부의 중요성
한자공부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해 보겠다.
1) 한자는 표의문자이다. 동음이의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동음이의어란 "같은 음이면서도 다른 뜻을 가진다"는 의미다.
(가) ⓐ 다른 사람을 속여서 재물을 교부하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 재인이는 이천에 내려와 사기명인인 그의 아버지에게 그릇만드는 법을 배웠다.
ⓒ 무관들은 격구(擊毬) 말고도 사기에도 능해야 한다.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각각 '詐欺, 沙器, 射騎‘가 된다. (가)의 ⓐ는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詐=欺]‘이고, ⓑ는 ’흙[沙]으로 만드는 그릇[器]‘이고, ⓒ는 ’활쏘기[射]와 말타기[騎]‘를 의미한다(한자어의 구조는 생략함). 특히, (가)의 ⓐ부분인 詐欺에서 ‘詐’는 ‘속이다’를 뜻하고 ‘欺’는 ‘속이다’를 뜻한다. ‘속이다’라는 말은 訓이다.
2) 조어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우리말을 제시할 때, 한자어를 쓰는 데 쉽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어능력이라는 것은 언어를 만드는 능력을 의미한다. 한자어를 사용하면 할수록 조어능력이 뛰어나다고 본다. 그리고 한글을 제시하고 한자어를 쓰는 경우에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것 또한 사례로 들어보도록 하자.
(나) 정치인은 국민들을 속이는 데에 도가 튼 인간들이다.
(나)에서 처럼 ‘속이는’ 부분을 나타내는 한자어는 '詐欺(사기), 欺瞞(기만), 欺騙(기편), 詐騙(사편), 詭譎(궤휼), 譎詐(휼사), 誑詐(광사), 誣欺(무기), 詭詐(궤사) 등등'이 있다. 물론 詐欺는 ‘이익을 취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거’인 반면에 欺瞞은 ‘다른 사람을 (이익이든 이익이 아니든 간에) 속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欺騙(기편), 詐騙(사편), 詭譎(궤휼), 譎詐(휼사), 誑詐(광사), 誣欺(무기), 詭詐(궤사)’ 또한 속임을 의미한다. 물론 어감과 의미상으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속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대해서 (나)의 사례처럼 엮어 묶으면 ‘유의어(類義語)’로도 갈 수 있다. 이는 아래 (다)의 사례를 들겠다.
(다)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껴 자기가 한 것처럼 하는 아티스트였다.
(다)처럼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껴 자기가 한 것처럼 하는’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한자어로 표현하면 대개 ‘剽竊(표절)’이라는 말이 나온. 또한 剽竊과 같은 말인 ‘盜作(도작)’으로도 쓸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안 쓰는 더욱 어려운 한자어인 ‘剿說(초설), 剿襲(초습)’으로도 쓸 수 있다. 유의어로 장난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 한자의 장점에 대한 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생략한다.
이 부분은 어렵기 때문에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우리말의 뜻을 풀이하면 매우 길.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다.
ⓑ 그걸 축약해서 표현한 것이 한자어이. 매우 긴 우리말을 줄여서 쓰니 긴 말을 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한자를 배우면 조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
ⓒ 물론 조어능력은 요새처럼 ‘졸귀탱(졸라 귀엽고 탱탱하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신조어를 만들어 축약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한자어(漢字語) 또한 그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조어능력을 바탕으로 한자의 유의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 조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우리말을 윤택하게 사용하는 척도이기 때문이. 물론 우리 고유어를 익혀서 우리말을 윤택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한자어 익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3) 한자를 사용하는 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상대적으로 쉽게 익힐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또한 한자문화권이기에 상대적으로 한자를 쉽게 익히는 것이다. 국어와 일본어를 익힐 때 감수해야 할 게 중국어는 간자체를 익혀야 할 거고(대만은 번체자로 쓰겠지만), 일본어는 신자체를 익혀야 한다. 그게 유의할 부분이지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 한자공부 하는 것도 목적이 된다.
다만 주의할 점은 우리나라 한자어의 훈음을 익히는 데에 주력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자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중국어가 중요하다, 한자 꼬리 달린 외국어가 매우 중요하드라’는 흐름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 외국어는 수의(隨意)과목으로 해야지, 한자가 중요하답시고 악용하여 우리말을 경시하는 흐름으로 가면 한자교육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본말전도(本末顚倒)가 되는 꼴이다.
고로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면 우리말을 익히는 게 우선이다. 우리나라에 있으면 한자도 중국 성조나 일본의 훈독/음독을 외는 게 아니다. 우리말의 훈음을 익히고 한자어도 우리말의 독음을 익히는 것을 우선순위로 봐야하는 것이다.
3. 결어
한자공부의 필요성은 '동음이의어를 알기 위해, 조어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 세 축으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다만 한자가 들어간 외국어를 익히려면, 외국어가 우선이 아니라 우리나라 한자를 익히는 걸 위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자를 익히는 데 '예절함양, 역사파악하는 거' 그건 부수적일 뿐이지 주된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생략하였으며, 한자가 예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조선시대 사례를 들어서 '뻥'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