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라는 한국스러운 괴물

2024-08-21     리폼드 투데이

각 나라마다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프랑스의 거위 간, 일본의 초밥, 이탈리아의 피자 등. 이에 맞춰 한국도 질세라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내놓기에 이르렀는데, 그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의 음식이라 함은 단연코 김치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다른 나라는 요리를 내세우는데, 김치는 반찬일지언정 요리는 될수 없기 때문이다. 밥을 주식으로 곁들여 먹는 게 김치지, 김치 맛있다고 김치 찢어서 우걱우걱 먹는 것은 아무리 한국에서라도 일반적인 행동이 아니다. 즉, 다른나라와 한국을 중국집으로 비교하자면, 프랑스, 중국, 일본이란 이름의 중국집은 탕수육이라던지 팔보채라던지 샥스핀이라던지 이런 독자적인 요리를 내세우는데 반해, 한국 중국집은 가장 자신있는 요리가 단무지요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다소 이상하게 볼 수도 있는 현상은 어찌 나오게 된 걸까? 그저 자연스럽게 형성된 현상인 걸까? 사실 김치를 자랑스러운 한국의 고유의 음식문화로 내세우게 된지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80년대만 해도 김치는 서민의 대표 음식이었으며, 손님들에게 김치쪼가리만 대접해준다면 박대취급 당하는 걸로 인식하기 쉽다. 뭐 그런 현상이야 지금이라고 달라진 건 아니지만, 지금은 한국 국가대표음식을 말할 때 김치를 거론하며 자랑스러워 한다. 사실 80년대만 해도 김치는 한국자체에서도 박대받는 음식에 가까웠다. 단지 외국에 나가 김치맛을 오래 못본 이들이 향수와 그리움에 찾는 김치의 중독성이 거론되었을 뿐, 한국 내에서도 푸대접하며 그닥 신경 안쓰는 음식이 김치였고,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고 본다. 중국집에서 단무지에 신경 안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자체에서도 김치를 그닥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을 무렵, 한국인들의 뒤통수를 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80년대 말쯤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일본 '기무치'의 세계무대로의 진출이다. 일본이라면 얄미워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한국이 한국 고유의 음식을 표절해다가 자신의 상표처럼 팔아 묵는데 이 어찌 배 아프지 않곤 배길 사건인가. 더군다나 그 당시엔 외화벌이에 혈안이 되어 뭐 외국에 팔아 묵을게 없나 눈을 희번득거리고 있는 시대 상황 속이었다. 한국 스스로도 푸대접하느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김치의 수출을 일본이 한발 빨리 기무치란 이름으로 수출한다는 사실에 응당 배알이 안 꼴릴수가 없었다. 더 큰 위기감을 조성한건 외국에 기무치로 알려지면서 기무치가 원본이고, 김치가 카피본으로 알려져 결과적으로 한국의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란 이름에 묻힌다는 논리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허나 이런 논리도 이상한 게, 외국에 기무치로 알려졌다고 한국의 김치를 뺏긴 것이라는 피해망상 자체도 골때리고, 외국의 인지에 의해 소유와 강탈이 갈린다는 것도 웃긴다. 김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에게 알리기 위해 먹는 게 아닌 기호나 입맛에 맞아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그렇기에 외국인들이 김치는 모르되 기무치만 알아서 인기를 끌던 김치가 기무치의 카피본이라는 왜곡된 사실이 유포되던,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김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강탈이라느니 도둑질이라느니 이딴 개소리로 피해망상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피자도 원랜 터키 음식이라던데 먹는 사람들이 발상지 따지며 먹나. 맛있으면 먹고 맛없으면 안 먹는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의해 김치를 강탈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망상에 쪄든 이들은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의도적인 김치의 자부심 갖기를 조장하게 되었다. 외국에 기무치가 원본이 아닌 김치가 원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세계시장을 기무치에 뺏기지 않기 위해 고유의 김치에 자부심을 갖고 진출하자는 모토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야심차게 기무치를 꺽은 김치를 내세우기 위해 한국 내 식탁에서도 푸대접받는 김치를 세계시장에 진출시켰건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세계인들이 원본인 김치는 피하고, 기무치를 찾는 현상이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여기서 또한 여러차례 상처(?)를 받고 원래 이름이 기무치가 아닌 김치라며 김치는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목소리를 높히게 되었다. 허나 사실 피자의 발상지가 터키던 이탈리아던 그다지 신경 안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신경 안쓸 것은 자명할터이다. 이런 점을 간과한 채 쪽빠리들 원망할 껀수 목록 하나만 늘려놓은 채, 기무치를 쫓기 위해 김치를 열심히 알리고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멍청한 피해망상에서 출발해서 바보같은 현동만 도미노 겪으로 유발하는 꼬라지다.

한국인들이 자기최면에 걸려 한가지 크게 착각하고 있는게, 김치는 결코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맛볼땐 맵고 뭐같아도 계속 먹다보니 중독성을 일으키는 일종의 기호품 같은거지, 한번 먹고 그 맛에 반해 꾸준히 찾을 음식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면, 이런 맛의 특성을 알고, 한번 먹고 맛있다고 느낄수 있도록하고 거기서 경쟁력을 찾았어야 했다. ‘종주국'이라는 타이틀만 내걸고,이게 진짜다 이런 과시욕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으니, 당연 중독성이라는 매커니즘이 형성되지 않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지나칠 수 밖에 없는거다. 오죽했으면 일본이 '기무치'를 수출하기 전엔 한국내에서도 서민의 초라한 대표음식으로 꼽혔겠는가.

그러다보니 이젠 이상한 걸 내세워서 경쟁력을 가지려 하는데, 그 대표적인게 영양이다. 사실 음식에서 맛보다 영양을 내세운다는 건 맛은 이미 버렸다고 반은 인정하고 들어가는 자폭행위나 다름없다. 영양을 생각한다면 보약을 먹지, 맛도 없고 영양도 불확실한 것을 먹진 않는다는 거다. 더군다나 김치가 영양에 좋다는 건 경쟁력을 '영양'에 두고자 하는 자기 홍보적 욕구의 발로인 과대망상일 뿐이다. 오히려 지나친 나트륨 섭취의 원동력이 되어 건강에 그닥 좋지도 않다. 우김질하며 어거지로 먹이려 해봤자 강제력이 없는한 통할리 없는건 자명한 일이다. 무신 김치가 산삼도 아니고.

이런 괴상한 피해망상에서 시작된 괴상한 동기와 괴상한 자기최면이 만들어낸 김치라는 한국음식 국가대표는 실제론 맛없는데, 외국을 향해 말할 땐 자부심을 갖는 요상한 문화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무슨 잔치할때 김치를 메인 음식으로 내놔봐라. 귀싸대기 처맞던가, 아님 인연 끊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내세우는건 '김치'다. 실상 맛없는걸 국가 대표음식을 만들기 위해 최면거니 이런 멍청한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김치를 먹음직스럽게 먹어주는 외국인을 보게 되면 흐뭇하게 고개를 끄떡이며 그 외국인을 대견한 눈길로 바라보나, 사실 이것도 민망하다. 그것을 대견하게 본다는 것 자체가 실제론 '한국인'들만 견딜수 있는 맛임을 암묵적으론 알고 있는데, 그 특유의 맛에 동화된다는 것 자체를 대견하게 봐준다는것 아닌가? 결국 이건 맛없는걸 맛있게 먹으라는 강요에 대한 응답을 대견히 여긴다는 거다.

김치의 세계화는 본질적으로 딜레마에 빠질수 밖에 없다. 기무치가 아닌 김치가 진짜임을 알리기 위해 이미 익숙한 한국인들이나 견딜수 있는 김치를 세계화하려 하니, 세계인들의 입맛에 변형시키면, 김치가 아니게 된다. 또 김치 고유의 맛을 고집하면 세계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고유의 맛'과 '보편적인 맛'사이에서 근본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고, 그 두 마리를 모두 잡으려 하다 보니 나온 게 우김질과 자기최면이다. 세계인들 입맛에 기무치가 더 맞든 말든 김치가 진짜며, 김치가 원본이라는 악에 받친 외침이 그것이다. 세계중심이자 자지를 코리아가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보다. 그렇기에 세계인 입장에서보면 쥐만한 남한보다 쥐보단 큰 일본이 감싸고 있어 '일본해'로 명명한 해협을 '동해'로 표기해달라 난리치지 않던가. 

세계화가 목적이면 애초에 잘 팔릴만할 걸 선택하는 게 순리인데, 어찌 된 게 잘 안 팔리는게 진짜라며 잘 팔리게 하려고 발버둥친게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본질적 딜레마에서 출발한 김치의 세계화보단 갈비나 다른 음식들의 세계화에 앞장서는게 더 빠를듯싶다. 김치는 더군다나 요리라고 볼수 도 없지 않는가? 음식이란건 내가 맛있게 먹고, 그걸 같이 즐길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거지, 무신 올림픽 금메달처럼 세계시장 점유율따위 내세울라고 먹거나 내세우는건 아닌데 말이다. 김치라는 괴물에 담긴 히스테리와 자기최면과 과대망상은 이제 묻어둘 때도 되었다. 아니 지났다.